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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과 이적 표절 논란 - 그땐 그랬지

Dirt Mentalist 2022. 7. 1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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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 자르듯 딱 떨어지는 공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원래 음악에서 표절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결론내릴 수 있는 절대적 공식이나 기준은 없다. 최소한의 가공이라도 거쳤으면 모든 것은 주관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결국 표절 논란의 결론은 표절 혐의 원곡 저작권자의 대처,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일반 리스너들의 판단에 맡겨진다고 봐야 한다. 뒤집어 말하자면 표절 혐의 원곡 저작권자가 표절 의혹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음악을 듣는 대중이 이에 대한 판단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후안무치하게 베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 비록 맨 처음에 화제가 된 유희열의 '생활 음악'은 새로 내놓은 것이지만, 유희열과 이적의 다른 표절 의혹곡들은 상당히 오래된 것들이다. 왜 이제 와서 화제가 됐을까? 

 

# 20년 전 같았으면 수식어가 불필요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사법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과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서울대 졸업생'인 유희열의 권위 자체가 대중 여론을 멱살잡이하고 끌고 가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식상한 말이지만 시대가 변했고 유희열의 팬덤은 늙었으며, 더 젊은 세대가 문화 시장의 주인이 되었다. 모든 세계 유행이 동기화되고 케이팝이 빌보드에서 미국 팝가수와 실시간으로 차트 경쟁을 하는 지금의 한국에서 기껏해야 얼리 어답터,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수입 오퍼상에 불과했던 90년대 뮤지션들의 작업 방식은 지금 세대에게는 어이없는 카피에 불과하다.

 

# 그들이 변명을 하자면 시대 탓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케이팝 구조의 원형을 제시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도 마찬가지인데, 90년대에 음악 좀 한다고 했던 한국 뮤지션들은 대개 대중이 잘 모르는 해외 음악을 먼저 접하고 트렌디하게 베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 문화 시장이 실질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로컬하게 돌아가던 때라 그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별도 없었다. 그때는 '음악성', '독창성', '진정성'의 기준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 시대가 그랬다는 것. 정말 많이 들어 본 변명이다. 모든 기성세대가 다 하는 말이다. 수십 년 전에 저지른 뻔뻔한 일들이 들춰질 때마다 나오는 변명이다. 성추행도 하고, 논문도 표절하고, 갑질도 하고, 폭행도 하고, 그땐 다 그랬어. 잘못인 줄 몰랐어. 고속 성장을 거친 한국의 모든 기성세대는 다 조금씩 그런 논리로 억울해한다. 당시의 기준에 맞춰 열심히 살았더니 뒷세대가 죽일놈 취급을 한다고.

 

# 그들 나름으로는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다. 음악을 하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었던 애매한 중진국 한국에서 태어나 나름 발버둥을 치며 음악을 하고 싶었고, 열정도 있었고, 노력도 했고, 그래서 무지한 대중이 아무것도 모를 때 선진적인 해외 음악을 가장 먼저 듣고 베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들은 자기들 세대에서 부와 명예를 충분히 누렸다.

 

# 그렇지만 이제 모바일 시대이니 냉장고같은 구형 무선 전화기 따위는 버려야 할 때다. 수십 년 전에 그게 얼마나 첨단의 물건이었는지 목이 아프게 떠들어봤자 의미가 없다. 구형 무선 전화기를 여전히 팔아먹어야 하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젊은 세대는 쓸데없이 윗세대를 존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진화를 믿는다면, 인간은 구세대일수록 원숭이에 가깝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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