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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Colors of the Wind' 레퍼런스 - 심각한 나르시시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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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Colors of the Wind' 레퍼런스 - 심각한 나르시시즘

Dirt Mentalist 2022. 7. 1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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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면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주제곡이었던 'Colors of the Wind'는 이준석류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는 PC한 메시지가 핵심인 곡이며 이준석은 이 노래를 레퍼함으로써 이상한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 이 곡은 이름부터 심각하게 전형적인 백인 남자인 존 스미스를 만난 포카혼타스가 그에게 백인의 문명과는 다른 세계, 영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원주민만의 시선이 있음을 들려주는 노래이다. 애초에 포카혼타스 기획 자체가 그때까지 유럽풍 백인 공주판이었던 디즈니의 콘텐츠를 진보적으로 바꾸려던 본격적 몸부림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이 노래의 핵심 메시지는 다양성 존중,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인간으로서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통합, 아직 문명화되지 않고 체계화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인정 등이다. '나무를 베면 얼마나 크게 될지 알수 없다', '자기와 다르다고 무시하지 말라',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보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등등.

 

그런데 이게 대체 이준석 본인 상황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또 이게 자칭 우파가 내세울만한 메시지인가. 이 노래 가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 무지개 밑에나 쓸만한 코멘트이다. 자칭 능력주의 우파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해줘봐줘징징충' 메시지의 텍스트북 사례와도 같다. 본인이 평소 내세우던 세계관에 따르면 '진짜로 능력 있으면' 본인이 어떻게든 안 베이면 그만 아닌가. 게다가 누가 봐도 뺄셈 정치에 분리주의를 내세우던 사람이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보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어쩌고라니. 이런 유체이탈을 시도하는 걸 보면 겉으로 보이는 자신감과 달리 그가 엄청난 애정결핍과 자기혐오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의 뺄셈 정치와 분리주의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왜 누가 봐도 전혀 본인 모습이 아닌 걸 본인이라고 우기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하버드 졸업' 외에는 아무 이력도 없이 직업 정치인만 해 온 그는 늘 무언가를 공격하고 베고 제거하는 역할이었지 한 번도 아웃사이더였던 적도, 봉합자의 역할을 한 적도 없다. 뒤늦게 정치에 뛰어들어 언제나 두루뭉술하게 국민 대통합만 줄기차게 외친 안철수 같은 사람이 이 노래를 언급했다면 대충 그러려니 하겠는데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본인 콘셉트에 전혀 안 맞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게 영 병리적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준석은 유명 정치인 중에 이 노래와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이다. 박근혜건 이재명이건 윤석열이건 다 나름대로 갖다붙이자면 저 노래를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준석만큼은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조차 가늠이 안 된다. 이건 정체성 구성 요소 중 불리한 것은 모조리 남에게 투사하고 그럴싸한 점만 체리피킹해 자신에게 내삽해 '환상 속의 나'를 만드는 전형적인 정체성 도둑질의 행태이다(부작용: 앞뒤가 안 맞음). 

 

자신을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그의 발언에서 나르시시즘을 읽어낸 사람들은 이미 많지만 나는 이 직설적인 대접 요구보다 좌파 정체성을 도착적으로 내삽하는 이런 병리적 모습이 그의 심각한 정신 구조를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남한테는 결과론을 들이대다가 본인에게만 '새싹이니 봐주세요'를 시전하고, 남한테는 주류에 복종하라고 삿대질하다가 자기는 '다르다고 무시하지 마세요'를 시전하는 것은 단순하게 보면 내로남불이지만 좀 더 정교하게 보자면 본인이야말로 누구보다 좌파적으로 배려받고 싶은 도착적 좌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좌파 담론을 자기한테만 유리하게 써먹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열받아서 까는 척하는 나르시시스트 좌파 스토커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우파 흉내는 실제로는 도착적 짝사랑의 대상인 좌파 담론에 테러를 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는 실제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자기한테만 유리하게 써먹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열받아서 좌파 담론이라는 상품을 파는 저질 좌파들의 나르시시즘과 정확히 거울상을 이룬다.)

 

이준석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이대남 세력의 태반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상당수가 아마도 박근혜 탄핵 시 촛불 들고 누구보다 극성맞게 설쳐댔을 것이다. 그때는 진보 세력이 내세우던 평등, 정의, 복지의 수혜자가 본인들이라고 (근거 없이) 믿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자칭 '페미당'이라는 민주당이 박근혜 탄핵을 위해 눈 뜨고 못 봐줄 여혐 캠페인을 부추겼고 이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괜히 오래된 보수 지지자들이 이준석을 '빨갱이/민주당 2중대'라고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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