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

PC 이상으로 검열이 심한 안티 PC 본문

흙멘탈리스트/코멘터리

PC 이상으로 검열이 심한 안티 PC

Dirt Mentalist 2022. 7. 13. 00:59
반응형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스스로 PC적 검열은 거의 하지 않는데 이유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초점을 강조할 때 지나치게 많은 다른 것을 고려하면 초점이 흐트러지고 이것이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따져 전방위적으로 옳은, 어느 한 구석도 누군가 불쾌해하거나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면이 없는 언어만 쓰려고 해봤자 결국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노력이 무용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는 필수라고 본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한 성찰 전혀 없이 생각과 말을 하면 그냥 무뇌아적으로 기존의 편견이나 재생산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 블로그를 PC적으로 엄격한 누군가가 보면 빈곤층/무산계급에 대한 혐오나 편견이 보인다고 싫어할 수 있다. 또한 빈곤층에 대한 경멸을 더 심화시킨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빈곤이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강조한 서술은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빈곤을 문제시하게 되니 전혀 틀린 반응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감수하고 표현해야 할 다른 것을 우선시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빈곤과 빈곤으로 인한 다른 모든 파생문제를 구별하지 않고 동일시할 정도로 자기검열이 안 되는 것 은 경계해야 한다(그리고 이것은 내 쪽의 책임이다). 이러면 오히려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여기에 가난한 부모들은 전부 인격파탄자이고 개XX이며, 돈 많은 부모는 최고라는 식으로 도식화, 일반화, 욕설의 수위만 높인다고 해서 글이 더 시원해지거나 비판력이 높아질 리는 없다. 막말로 안티 PC가 과도한 PC에 대한 해독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어공주의 흑인 배우 캐스팅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상 열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갸우뚱하다. 모든 걸 최대한 백인 남자 중심으로 보는 안티 PC적 검열 공식을 만들어놓고 그걸 시대의 진리인 양 따르고 있는 게 PC보다 더 어리석다. 왜 더 어리석은가 하면 PC는 차라리 자기 정체성이라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데 안티 PC는 자기 정체성이 뭔지도 모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은 백인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흑인 배우가 인어공주를 연기하는 게 과도한 PC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흑인의 제도권 사회진출이 많아지니 흑인 배우가 예전보다 많이 보이는 게 자연스러울 뿐이지 흑인만 보이면 과도한 PC의 횡포라니 흑인은 존재 자체로 PC적 횡포라는 말인가? '인어공주를 흑인이 맡으면 PC 검열'? 이 명제는 어떤 논리로도 성립이 안 된다. 

 

나무위키인지 뭔지 정보를 가장한 희망사항/정신승리 논리 모음집에 정리된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을 읽다 말았는데 첫 문단부터 황당무계한 웃음벨로 가득해서 읽을 가치도 없다. '윌 스미스가 맡은 지니는 사람이 아닌 정령이니까 인어공주 케이스와 다르다'니. 인어공주는 사람인가? 인어공주는 실존 인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그냥 상상 속의 수퍼내추럴한 존재이다.

 

본인의 이상적 상상이 남의 상상과 다를 수는 있다.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본인이 그냥 애니메이션 버전 빨강머리 백인 애리얼 빠짓을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하지만 본인의 빠짓에 무슨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건 그냥 착각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