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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김혜수가 먼치킨 비정규직 노마드 캐릭터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옛 드라마 에는 언제나 자기 페이스로만 움직이는 김혜수의 캐릭터와 반대로 세상이 두렵기만 한 사회 초년생 캐릭터로 정유미가 출연한다. 언제나 주변 압력에 쉽게 굴복해 타인이 원하는대로 움직이려 하는 정유미에게 김혜수가 "너는 왜 네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자책을 하지?"라고 묻자 정유미는 대답한다. "무서워서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고 회사가 잘못한 거라면 너무 무섭잖아요. 전 제가 잘못한 게 제일 편해요." 피상적으로만 보면 건전해 보이지만, 고지식한 한국형 모범생들의 인생을 자칫 지옥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있는데 바로 '나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다. 내가 열심히, 착하게, 겸손하게 노력하며 살고 남의 비위를 잘..
인간 관계에서의 권력 구도를 파악할 때 한국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는 정량적으로 평가한 누군가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특정 상황에서의 상대적 권력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다분히 의도적이기도 한데, 이를테면 병원 경영진 조직이 권력으로 휘두르는 비합리적인 횡포가 괴롭다고 느끼는 봉직의에게 “전문직씩이나 되면서 무슨 대단한 권력의 횡포를 당한다고 그러냐?”고 비아냥거린다거나, 서민 집안의 가정폭력범 사례에서 유교 문화가 부여하는 가장의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서민 집안 가장에게 무슨 권력이 있다고 그러냐?”며 엉뚱한 반박을 하는 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관계의 상대성을 고려한 전자의 ‘권력’과 한 사람의 사회적 영향력 범위를 나타내는 후자의 ‘권력’은 단어만 같을 뿐, 실제로는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