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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한국에서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통계상으로 명확히 드러나던 남아 선호 사상이 사라질 때 즈음부터 이른바 '딸이 좋다'는 식의 여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나이든 계층에서 먼저 퍼져나간 '딸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트렌드는 대개 딸의 높은 '공감 능력'을 그 이유로 삼는다. 딸은 아들에 비해 공감 능력이 높고, 따라서 부모를 애틋하게 여기며 세심하게 보살펴 준다는 것이다. 성별에 근거해 특정 성별만이 '공감 능력이 높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런 기대를 가지고 특정 성별의 자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한국 부모식 나르시시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용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방적인 '공감' 요구는..
언제부터인지 공감 뒤에 '능력'이 붙어 '공감 능력'이라는 해괴한 표현이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공감은 그냥 결과적인 현상에 가깝지 능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감이란 타인의 입장에 자신을 이입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를 능력이라고 보기에는 공감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에 개인의 자질 외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흑인 노예 제도가 아직 있던 시절에 백인들은 흑인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그렇다면 그 시대의 백인들은 다른 인종이나 또는 현 민주주의 시대의 백인들에 비해 본질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 당시 특권층이었던 백인이 노예 계급이었던 흑인에게 공감하지 않았던 것은 흑인은 동등한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