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코멘터리

댄 애리얼리 데이터 조작 혐의

Dirt Mentalist 2023. 8. 2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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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도 출연해서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타 경제학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인 댄 애리얼리의 2012년 논문이 데이터 조작 문제로 철회되었다. 논문의 주요 주장은 주행 거리 조사 전에 운전자들에게 서명을 받아 두면 후에 주행 거리 보고 시에 운전자들의 부정직한 답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댄 애리얼리를 포함한 연구진 측은 자동차 보험회사로부터 넘겨받은 원본 자료를 논문 주장에 맞게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분야의 연구자들은 댄 애리얼리 연구진 측이 논문에 실은 주행 거리 데이터 분포가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일반인들이 보고한 숫자 치고는 거의 모든 수치가 지나치게 정밀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랜덤 생성 수치를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 등등의 이유로 이미 2년 전에 의혹을 제기.

 

원래 주행 거리는 이와 같이 정규분포와 유사한 모양을 띠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댄 애리얼리가 3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데이터는 이러한 모양.

데이터 조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 확인: https://datacolada.org/98

아직 한국 매체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듯.

 

 

방송을 지나치게 많이 타는 전문가들은 대개 알려진 만큼 해당 분야의 대가가 아니거나, 심각한 결함을 숨기고 있거나, 뒤로 상상도 못할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클리셰 같은 이야기지만 계속 상기시켜도 모자란 사실이다. 그럼에도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가 아니고서야, 어떤 사람이건 모든 사실을 리서치할 능력도 없고 시간도 없는 관계로 정보 습득 채널을 매스미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처럼 명문대 교수 직함까지 가진 연구자들이 피어 리뷰까지 모두 거친 연구를 출판한 경우에는 이렇다할 고발이 나오기 전까지 근거 없이 무작정 의심하기도 힘들다(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사 사례는 아마도 황우석).

 

다만 지나치게 연성화되고 앞뒤가 너무 딱딱 맞아보이는 '스토리' 위주의 가공 정보를 주워 먹는 태도를 지양할 필요는 있다. 이를테면 대표적으로 TED 강연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TED는 초반에는 괜찮은가 싶은 것들도 있었지만 갈수록 이상해지다가 이제는 불량식품처럼 느껴지는 정도에 이르렀는데, 이런 콘텐츠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초가공식품 같은 것이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그나마 웬지 쓰레기가 넘쳐나는 유튜브에서 꽤나 지성적인 콘텐츠를 보고 있는 것 같고 유식해지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이런 포맷은 옐로페이퍼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판단력을 망가뜨리고 수동적으로 만든다. 합리적이고 비판적 사고 과정을 건너뛰고 그럴싸해 보이는 플롯과 결론만 퍼먹이는 것은 동일한데, 의심하기에는 더 어려운 권위적 분위기로 포장을 해 놓는다. 사기꾼 alumni가 된 것 같은 출연자 리스트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조금만 뜬다 싶으면 아무나 가져다 세우기 때문에 몇 년 후에 TED 출연자가 쇠고랑을 차는 것도 이젠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댄 애리얼리는 언급했다시피 스펙상으로 전문가임을 의심할 수 없는 연구자이긴 했으나, 그의 현재 유명세와 지위는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가 미국 할리우드식 스토리 프레임에 맞게 가공된 지식(?)을 팔아 스타가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유시민이나 설민석이 진행하는 예능 쇼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연성화된 지식 초가공식품은 실제로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나 다름없으면서 소비자에게 마치 공부한다는 뿌듯한 착각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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