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한국 꼰대들이 논리라고 착각하는 비논리 - 맥락맹

Dirt Mentalist 2023. 4. 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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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년 세대는 그래도 선진국 한국의 교육을 받고 자라서 덜한데 40대 이상의 중년 한국 꼰대들은 덜 익은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지 전반적으로 논리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나름 고졸 이상씩은 다 된다고 자기들이 '배울 만큼 배웠다'고 착각하는 자의식도 심하다. 이런 꼰대들이 자주 연출하는 진풍경 중 하나가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논리를 펼치면서 자기는 나름 완벽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의기양양해하는 것이다. 

 

한국 중년 꼰대의 비논리 특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맥락 파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맥락맹'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맥락맹의 특징은 전체 대화나 텍스트의 맥락을 제거하고 오로지 개별 명제 또는 개별 문장 또는 개별 개념 또는 개별 단어 하나만을 놓고 무언가를 '맞는 말' 또는 '틀린 말'이라고 우긴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의도적으로 숲 풍경을 무시하고 나무 하나에만 집착한다거나,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에서 트집을 잡는다든가, 역시 중요하지 않은 표현에서 말꼬리를 잡고 주변부 논쟁으로 옮겨가 대화를 늘어지게 만드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다음 상황을 보자.

 

A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중이다. A는 한국 문화에서 반기지 않는 소위 '결손가정'에 속한 셈이다. A는 학교에서 우등생이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이웃 주민 중 하나가 A와 A의 어머니 앞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나저나 내가 요새 보니까 사람이 무엇보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더라구요. 특히 양친이 다 계시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아빠와 엄마한테 배울 수 있는 걸 골고루 배우는 게 중요해요. 그건 뭐 다른 걸로 대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애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똑똑하고 착해도 그런 게 하나도 소용이 없어요. 어디에서든 백퍼 모자란 티가 나게 돼 있다니깐! 꼭! 부모 양쪽이 다 있어야 되고 한쪽만 열심히 시킨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A의 어머니가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자 해당 주민은 당당하게 말했다.

 

"자격지심 있으세요? 제가 구체적으로 A 엄마에 대해 나쁜 말을 한 게 있나요? 그런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요. 본인이 해당된다고 생각해서 찔리니까 그러시는 거네요. 전 제 입으로 A 어머니에 대한 비난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진심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 전 그냥 정상적인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잘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 뿐이에요. 이 말에는 틀린 게 없지 않나? 사회 통념상 다 내 말이 맞다고 할 걸? 말해봐요. 내 말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내가 A나 A 엄마에 대해 한 마디라도 했어요? 아니면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내 말이 틀렸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웃 주민은 A의 집안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한 것이 '논리적으로' 맞으며, 이 나쁜 언급이 의도적인 모욕일 가능성은 '정황적으로' 매우 높다. 따라서 당사자가 모욕감을 느낀 것은 매우 합당하다. 단지 구체적으로 A나 A 어머니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결백을 주장하는 것은 정신박약 수준의 논리력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나이 50, 60을 먹고 버젓한 사회인 노릇을 하면서 꼴에 자기는 저런 수준을 논리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논리적으로는 셀프 개망신이 따로 없는데 문제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다보니 저런 사람들은 지인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심지어 주장하고자 하는 어떤 명제가 아무도 반박 못 할 팩트라 해도 그렇다. 팩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같은 팩트도 맥락에 따라 기능과 의미가 달라지고, 심지어는 정반대의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의 중력은 9.807m/s²인 것은 팩트이다. 그러나 이 중력이 '강한 힘'인지 '약한 힘'인지를 말하는 것은 맥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의 중력을 말하는 것인지, 또는 어떤 다른 힘과 비교해서 말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판단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중력을 고려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이를테면 공학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중력을 무시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지만, 반대로 무시했다가는 큰일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세병'과 '사회 통념병'이 심각한 한국인들은 이런 경우에서조차 '사회 통념상 중력이 큰 힘인이 아닌지 알려주세요'라고 징징거리는 경우가 무척 많다. 맥락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관상이 사이언스라는 둥 혈액형과 MBTI가 어떻다는 둥 정말 대놓고 비논리적인 망상과 궁예질은 잘만 하면서 눈에 훤히 보이는 '맥락'은 이렇게 무시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려 하기 때문이다.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에 대해서는 '눈 작은 사람은 심보가 고약하다'는 말도 사이언스가 되지만, 내 맘에 드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단 광주에 가서 5.18에 대해 사과한 것 자체는 바른 행동이니까 전우원은 대단한 청년이고 그의 사과는 역사적인 순간이다'가 되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 것, 온갖 종류의 정신승리와 행복회로를 지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게 남 보기에 꼴사나워서가 아니다. 그런 간장종지만한 생각 회로는 세상 팩트의 대부분을 수용할 수 없어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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