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코멘터리

개족보처럼 꼬인 한국의 역기능 가족

Dirt Mentalist 2022. 7. 1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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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같은 남편, 엄마같은 와이프, 남편같은 아들, 친구같은 딸, 아기같은 노부모...

 

한때는 농담이려니 웃고 지나갔던 이런 표현들 앞에서 이제는 좀 더 심각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말 그대로 개족보다. 인간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한다.

 

언젠가 더 긴 포스트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지만 각자가 제 역할에 머무르지 못하고 관계가 개족보처럼 꼬여버린 한국 가족 문화의 역기능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력한 유교 질서와 겉으로만 강조되는 가족의 순기능에 세뇌되어 다들 잘 모르는 모양인데 생물학적 혈통이 복잡하게 섞인 '할리우드식 개족보'가 판치는 미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내적 관계와 역할을 본질적으로 훼손시키는 짓거리는 잘 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아빠나 엄마가 다른 형제자매가 한 집에 사는 일은 많아도 엄마가 딸이 되고 아들이 남편이 되고 할아버지가 아기가 되는 미친 상황을 허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겉으로 이혼만 안하고 혈통주의 강력하게 유지하고 삼강오륜에 얼추 들어맞는 척만 한다고 해서 가족이 강건한 게 아니다. 보호자가 보호자 노릇을 제대로 하고,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세대와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인생이 사회 구성원과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조화를 이루어야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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